김세영(27)은 프로가 된 뒤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결혼’ ‘로리 매킬로이와 라운드’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선수로서의 꿈은 ‘메이저대회 우승’ ‘명예의전당 입회’ 등을 적었다. 그의 버킷리스트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상금왕, 올림픽 메달 획득 등이 추가로 올라갈 듯하다.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GC(파70)에서 열린 펠리컨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질주하면서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토대를 다졌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이날 버디 7개를 쓸어담는 동안 보기는 1개로 막아 6언더파 64타를 쳤다. 사흘 합계 14언더파를 기록한 그는 2라운드에 이어 단독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2위 앨리 맥도널드(9언더파·미국)와는 전날 1타 차에서 5타 차로 격차를 더 벌린 상태다. 이 독주가 이어질 경우 지난달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한다. LPGA투어 통산 12승째이기도 하다.
버킷리스트 상단에 자리한 올림픽 메달 획득을 다시 한 번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첫 도전이었던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선 컨디션 난조로 1언더파 공동 25위에 머물며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주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의 세계랭킹 포인트 격차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다. 양궁만큼이나 어렵다는 골프 태극마크를 사실상 확보하는 셈이다. 현재 기세라면 박인비(32)에 이어 한국 선수가 여자골프 2연패를 달성하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상금랭킹 1위 달성의 8부 능선도 넘는다. 그는 이번에 우승하면 이 대회 전까지 모은 90만8219달러에 우승상금 22만5000달러를 더해 박인비(106만6520달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LPGA투어는 시즌 종료까지 최종전 CME그룹투어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등을 포함해 3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김세영은 CME그룹투어챔피언십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다. US여자오픈을 석권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시즌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주 열리는 볼론티어아메리카 클래식에는 결장한다.
김세영은 “맥도널드가 홀인원으로 한 타 차까지 추격했을 때 부담감을 느끼긴 했지만 내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며 “(최종 라운드에서) 핀 위치에 따라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달라질 것 같다. 쉬운 위치라면 지난 사흘과 다름없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영은 3번홀(파3)에서 정확한 티샷을 앞세워 첫 버디를 낚아챘다. 홀을 맞힐 정도로 정확했으나 살짝 빗나가면서 홀인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6번홀(파4), 7번홀(파5)에서 2타를 더 줄인 뒤 8번홀(파4)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범했다. 그러나 14~17번홀에서 네 홀 연속 버디를 잡아 한때 1타 차까지 쫓아온 맥도널드를 완벽하게 따돌렸다.
스테파니 매도(28·북아일랜드)가 8언더파 3위로, 김세영을 따라잡기에는 격차가 크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3)가 7언더파로 4위에 자리했다. 호주 동포 이민지(24)가 6언더파 공동 5위, 박희영(33)이 1언더파 공동 15위로 최상위권 진입을 노린다.
1년 만에 LPGA투어 대회에 나선 고진영은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2오버파 공동 28위로 뜸을 들였다. ‘핫식스’ 이정은(24)은 9오버파 공동 64위로 부진했다. 박성현(27)은 11오버파 70위로 뒤처졌다. 전인지(26)가 이븐파 공동 19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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