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연기 1년…평행선 달리는 韓·日

입력 2020-11-22 17:27   수정 2020-11-23 02:39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해소를 조건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기하기로 결정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양측 갈등을 풀 마땅한 돌파구가 당장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내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이 한·일 관계 개선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작년 11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예정됐던 지소미아 종료를 연기했다. 양국 간 밀고 당기기식 신경전, 동북아시아 안보 공백을 우려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외교가에선 지소미아 파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만큼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지난 1년간 양국은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에서 나온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두고 일본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민사 영역에서의 독립적인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외교당국 간 국장급 협의 등 대화는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법원이 일본제철 등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압류재산 매각 절차에 착수하고, 일본이 이에 대한 추가 보복 조치 등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긴장 수위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최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일본을 방문해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섰지만 일본 정부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만나 방한을 제안했지만 스가 총리는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란 평가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의 중재자로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한·일 갈등으로 인한 한·미·일 삼각안보 체제의 붕괴가 자국 이익 및 인도·태평양 안보에 해를 끼친다고 간주한다. 동맹 가치와 다자 안보 협력을 중요시하는 바이든이 한·일 갈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한·미·일 삼각군사 동맹 복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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