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여전히 부동산시장 불안을 투기 탓, 유동성 탓만 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 답변에서 전셋값 폭등 배경으로 시중 유동성 증가를 지목했지만 잘못된 진단이다. 대표적 유동성 지표인 통화량(M2) 증가율은 올 들어 9월까지 7.51%로, 세계 주요 10개국 중 9위에 그친 반면 집값 상승률은 1위다. 진단이 틀리다 보니 처방도 헛발질인 것이다. 임대차보호법으로 인한 전세대란의 대책으로 제도를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빈 호텔방과 다세대주택 등을 끌어모아 공공임대로 공급하겠다고 한 것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참담한 결과를 낳은 것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더 나은 곳,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구가 큰데도 정부는 ‘주택은 단순히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삶을 지탱해주는 주거 공간’이란 당위론만 강조했다. 주택은 삶의 공간이자 자산 축적의 수단이란 현실을 부정하다 보니 공급 확대보다 수요 억제에 치중한 게 패착이 됐다. 정부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국내 경제학자 4명 중 3명이 수도권 집값 급등 원인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꼽고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읽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것 말고는 전국으로 확산된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킬 방도가 없다. 주택도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재화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시장에 확실한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내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해소해 시장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집값 불안은 현 정부에선 제대로 된 주택 공급 확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합리적 예측’에 기인하고 있는 면이 크다. 과감한 정책 전환 없이는 부동산 대책은 백약이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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