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수도권 거리두기를 1.5단계로 높였지만, 국민들의 경각심은 이전 같지 않다. 계속된 코로나19 유행과 방역 대응에 피로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의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2주 만인 22일 ‘2단계 대응’을 꺼내들면서 이런 취지는 퇴색됐다. 24일부터 2주간 유흥주점은 다시 문을 닫고 카페, 식당 등의 영업시간 등이 제한된다. 방역 경고등인 1.5단계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 유행국가로 꼽히는 한국은 10개월 넘게 확산 상황에 대응했지만, 이동을 막는 봉쇄 조치를 어떤 지역에서도 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정부가 고강도 조치를 하지 않아도 코로나19가 퍼지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등 감염 질환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자발적 대응은 한계를 맞았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은 운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5월 37.5%에서 11월 46.1%로 늘었다. 20~40대는 절반 이상이 이렇게 생각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 경고가 원론적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5월 40.5%에서 11월 49.6%로 증가했다. 유 교수는 “방역당국과 전문가의 경고를 원론적인 것으로 여기는 인식이 늘어난 것은 방역당국 경고에 국민들이 무뎌지는 경향의 표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질환에 대해 과도한 불안이 걷히고 있다는 것은 의미있지만, 자칫 코로나19 불감증이 만연될 수 있다. 진짜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정부 메시지가 힘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메시지가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비쿠폰을 배포하면서 저녁 회식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 등 코로나19 대응에 엇박자를 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8대 소비쿠폰 배포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0’으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방역과 경제 사이 줄타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정부의 메시지는 일관되고 명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는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위드 코로나’로 가겠다고 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확진자가 한 명만 나와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 단계를 높인다”며 “확진자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 당연한데 1차, 2차, 3차 유행이라는 말을 붙여 불안감만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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