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9일 527억800만달러를 기록했다.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다른 외화예금 잔액도 급증세다. 17일 기준 5대 은행의 위안화·유로화·엔화 예금은 각각 63억6600만위안, 45억9000만유로, 4713억6700만엔으로 불어났다. 연초 대비 각각 34%, 23%, 14% 늘어난 것으로 모두 연중 최대치다.
각 외화예금이 일제히 불어난 것은 최근 원화 대비 주요국 화폐의 환율이 약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18일 달러당 1103원대를 기록, 2년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위안화·유로화·엔화 환율도 최근 3개월간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약달러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자 위안화 등 다른 화폐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유로화·엔화 '사자'…시중은행에 투자자금 몰려
달러가 내릴 때 사두려는 단기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달러 가치가 급격히 내리자 ‘쌀 때 사두자’는 투자 심리가 강해졌다”며 “최근에는 당장 환차익이 없더라도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에 달러를 담아두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체돼 있던 대외 무역이 최근 회복세를 보인 것도 달러 예금 증가세를 키운 요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수출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기업 달러 계좌에 수출 대금이 많이 들어왔다”며 “아직까지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들어온 달러를 팔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주요 은행들은 내년 이후 달러 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적 완화 등 달러 가치를 내리는 전략을 취할 확률이 높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경기가 살아나면 위험 자산 선호도가 높아진다. 안전 자산인 달러보다 다른 국가 화폐나 자산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 등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과 신흥국 화폐 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달러에 자금이 몰리겠지만 향후 화폐 분산 투자 움직임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소람/오현아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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