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AI 몰리', 금융 사고 막고 서류업무 '척척'

입력 2020-11-23 17:13   수정 2020-11-2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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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랑 가로수길 낙엽 사이로 산책 어때요?”

신한은행 직원들이 컴퓨터를 켜면 나오는 인공지능(AI) 은행원 ‘AI 몰리’의 인사말이다. AI 몰리는 작년 11월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AI 채팅형 지식관리시스템(KMS). 도입 당시 ‘AI 행원’으로 이목을 끌었고, ‘88881520’이라는 행원 번호도 받았다.

신한은행 지점에선 이제 직원들이 대출 상담을 앞두고 보조자료를 출력하는 일이 없어졌다. 숙지하지 못한 업무를 소비자와 상담하며 진땀을 흘리는 사례도 줄었다. 도입 1년이 된 AI 몰리가 은행원의 단순 반복 업무를 도와주면서 자가학습을 통해 점차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차 AI 행원 몰리는 누구?
몰리는 채팅형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일종이다. PC 화면을 켜면 한쪽에 휴대폰의 모바일 앱과 같은 AI 몰리가 자리잡는다.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은 상당하다. 실시간으로 금리와 환율 등을 알려주고, 소비자별 실명확인 서류를 조회한다. 대출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찾아주거나 최적의 전세대출 상품도 추천해준다. 기업 신용평가를 할 땐 재무제표를 자동으로 입력해준다.

메뉴는 개인별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물어보는 업무 위주로 사전에 추천 검색어 기능도 제공된다. 지금처럼 대출 규제가 촘촘해졌을 땐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AI 몰리의 주택담보대출 조회 메뉴에 들어가 부동산 주소만 입력하면 지역별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 적용되는지를 판별한다.

‘탁상감정’도 자주 이용되는 기능이다. 서류상으로 부동산에 대한 대략적 감정 결과를 보여주는 업무다. AI 몰리가 5000만 건의 전국 부동산에 대한 예상 감정가를 실시간으로 적용해 업무를 도와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I 몰리를 도입한 초기에는 13가지 업무를 지원했지만, 기능이 점차 개선돼 지금은 지원 업무가 32개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몰리가 제시하는 은행원의 미래
AI 몰리는 이제 입사 만 1년이 지난 ‘막내급’ 행원이지만, 능력은 상당하다. 무기는 신속함과 정확함이다. 은행원들의 ‘업무 내비게이터’ 역할은 기본이다. 신한은행은 은행원 개인의 실수를 없애고, 전반적인 업무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한은행 직원 1만3000여 명 중 금융 소비자들과 창구에서 대면하는 직원 수는 약 1만 명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몰리가 1년여간 4만4000여 시간에 해당하는 업무를 줄였다고 보고 있다. 1년간 직원 20명 이상의 업무량을 소화한 셈이다. 최근에는 업무 절감 시간이 월 7000시간으로 늘었다. 절감 효과를 두 배 이상으로 높이는 게 신한은행의 목표다.

김대훈/오현아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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