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 일부 사례를 대주주 의결권 제한의 근거로 끌고와 여당을 지원하고 있다. 여당의 상법 개정안에 특정 시민단체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여당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현실을 설명하고 부작용 우려를 전달하면 “시민단체 출신들이 청와대와 정부 요로를 장악해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돌아온다는 후문이다. 법안을 심의할 여당 의원들이 시민단체 눈치나 살피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법학·경제학자들은 시민단체들이 일부 국가의 관련법을 임의로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에서 소수주주에게 찬성 권한을 부여한 것을 두고 대주주 의결권 제한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이탈리아는 일정한 의결권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이 제안한 복수의 이사후보 명부에 모든 주주가 투표하는 방식이다. 이 중 최다득표를 한 후보 명부의 후보들을 이사로 선출하되 최소 한 명의 이사는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없는 차순위 후보 명부에서 선임하는 것을 두고 대주주 의결권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경제·산업구조가 달라 한국의 모델이 될 수 없는 이스라엘 이탈리아 사례를 끌고와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선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입법사례가 없다. 시민단체들은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후진적이어서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자기비하에 불과하다.
이토록 많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만 봐도 상법 개정안이 얼마나 제대로 된 토론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드러난다. 정부·여당은 상법 개정을 강행하기 앞서 입법과정부터 면밀히 돌아봐야 한다. 특정 시민단체가 해외사례를 임의로 왜곡하면서까지 개입한 법안이라면 이제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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