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는 휘발유의 88% 수준인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3~5년 등 단기적으론 95%, 중장기적으론 100%로 상향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도시에서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경유차를 퇴출시키기 위해서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경유세가 현재 L당 530원 수준인데 휘발유세가 L당 746원이니 세금을 조정해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휘발유 대비 경유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8위 수준으로 낮아 경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솔린차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 판매를 제한하는 시점은 2035년 또는 2040년으로 하자고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제안했다. 친환경차의 범주를 전기차 수소차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할 경우 2035년, 전기차와 수소차로만 할 경우 2040년으로 정하자는 얘기다. 다만 친환경차 수준의 배출 저감 기술을 적용했거나 대체 차종이 없는 경우 등은 예외를 인정하도록 했다. 영국은 2030년, 중국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유 가격 인상과 관련해 이대근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대외협력국장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화물차 차주들에게 비용이 큰 부담”이라며 “지금도 과로와 과적에 시달리는 차주들에게 비용까지 더 내라고 하면 생존권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사업용 화물차 42만2761대 중 35만926대(83%)는 경유차다.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이 국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190만 명)에 달하는데 고용 감소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내연기관 부품업체들의 사업 전환도 한계가 있는 데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이 적게 들어간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느닷없이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산업계 영향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토대로 현실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며 “산업계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밀어붙였다가는 ‘고용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수영/김일규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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