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J' 스태프 '부당해고' 주장에…KBS "일방적, 유감" [전문]

입력 2020-11-23 18:40   수정 2020-11-23 18:42



KBS가 '저널리즘J' 일부 스태프가 부당 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KBS는 23일 '1TV 미디어 비평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이하 '저널리즘J')의 일부 제작 스태프가 부당 해고를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게시한 것과 관련해 "계약 내용과 전후 맥락에도 불구하고 KBS가 '저널리즘J' 스태프에 대해 불법적이고 부당한 해고(계약해지)를 한 것처럼 일방적이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저널리즘J' 정주현 PD는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제작에 참여했던 20명 남짓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사실상 해고 통보)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상태"라는 취지의 글을 프로그램 공식 페이스북, 공식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등에 게재했다.

정 PD는 "제가 KBS에서 일했던 시간은, 방송을 만들면서 어떤 방송도 믿지 않게 되는 기괴한 아이러니의 연속이었다"며 "이 프로그램 존폐 여부에 시청자들의 사랑이나 밤낮으로 고생한 제작진의 노력 등은 하나도 고려되지 않았고 그 사실이 너무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해당 게시물은 공식 페이스북에서는 곧 삭제됐지만, 유튜브, 브런치 등을 여전히 공유되고 있는 상태다.

'저널리즘J'는 2018년 6월 첫 방송을 시작해 시즌1, 시즌2를 거치면서 110여 차례 걸쳐 방송을 이어왔다. 시즌2는 오는 12월 13일 마무리하고 새로운 개편이 예고된 상태다.

KBS는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의 개폐 또는 개편을 위한 일시 종영은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청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시로 발생하며, 대내외 여건에 따라 그 결정이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방송 산업의 특수성을 전했다.

이어 "KBS는 프로그램 제작 시 정부가 마련한 '방송영상프로그램 제작스태프 표준업무위탁계약서'에 따라 프리랜서 제작 스태프와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고, '저널리즘J'도 마찬가지"라며 "이같은 계약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개편 논의 과정에서 스태프들이 의사 결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개편이 결정되자마자 '저널리즘J' 스태프에게 개편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여러 여건상 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 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재개 시 기존 스태프 상당수와 다시 일하겠다는 방침과 스태프가 KBS내 다른 프로그램에서 일하기를 원할 경우 이를 알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저널리즘J' 에 대한 스태프들의 열정과 기여를 감안해, 계약상 의무를 넘어,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선제적으로 다짐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때문에 '저널리즘J' 측 일부 스태프들이 공영방송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다음은 KBS 측 입장 전문

KBS 1TV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의 일부 제작 스태프가 부당 해고를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SNS 등에 게시한 것과 관련해 KBS의 입장을 밝힙니다.

J는 2018년 6월 첫 방송을 시작해 시즌1과 시즌2를 거치며 110여 차례에 걸쳐 방송을 이어왔습니다. KBS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보다 유용한 역할을 하기 위해 올해 2월 초 시작된 시즌2를 오는 12월 13일 마무리하고 새로운 모습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입니다. 개편되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저널리즘토크쇼J 시즌1과 시즌2에 대한 시청자와 저널리즘 학계, 미디어계의 평가와 자문을 거쳐 그 형식과 내용의 방향성을 잡을 방침입니다.

방송사에서 프로그램의 개폐 또는 개편을 위한 일시 종영은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청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시로 발생하며, 대내외 여건에 따라 그 결정이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KBS는 프로그램 제작 시 정부가 마련한 <방송영상프로그램 제작스태프 표준업무위탁계약서>에 따라 프리랜서 제작 스태프와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습니다. J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같은 계약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개편 논의 과정에서 스태프들이 의사 결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사와 연말 편성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개편 결정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KBS는 J의 개편 방침이 결정되자마자 스태프들에게 개편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여러 여건상 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 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나아가, 프로그램 재개 시 기존 스태프 상당수와 다시 일하겠다는 방침과 스태프가 KBS내 다른 프로그램에서 일하기를 원할 경우 이를 알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J에 대한 스태프들의 열정과 기여를 감안해, 계약상 의무를 넘어,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선제적으로 다짐한 것입니다.

이같은 계약 내용과 전후 맥락에도 불구하고, KBS가 J 스태프에 대해 불법적이고 부당한 해고(계약 해지)를 한 것처럼 일방적이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유감스럽고 안타깝습니다.

KBS는 오늘날 J가 주목받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데는 많은 제작 스태프들의 열정과 헌신이 큰 몫을 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해당 게시 글도 대부분이 계약 종료가 왜 부당한지를 다투는 근거보다는 제작진의 노고가 담긴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폐지의 기로에 섰다는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KBS는 J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좋은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편 작업을 서둘러 추진하겠습니다. 나아가, J의 제작 스태프들이 개편 프로그램이나 KBS내 다른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열정과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은 '저널리즘J' 정주현 PD의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J)의 정주현PD입니다. ‘저리톡 19회 사법농단’편부터 합류해서 지금까지 근무를 하고 있는 프리랜서 PD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K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한 계약 종료(사실상 해고 통보)에 대해 알리기 위함입니다. J는 곧 개편을 앞두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20명 남짓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갑작스러운 계약 종료(사실상 해고 통보)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상태입니다. 저를 포함한 20여 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한 달 후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이 부당한 처사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이유는, 저를 포함한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알리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부조리한 해고 사례가 비단 저희의 이야기이기만 할까요? 저희보다 더 억울하고 더 한 맺힌 노동자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 부조리 앞에 딱히 더 억울해할 염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부당한 계약 종료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제가 일했던 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국 KBS였기 때문입니다. 노동자 정신의 근간인 전태일 열사 이야기를 방송으로 만들며, 그 방송을 만드는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는 이 구조적 모순. 이런 모순이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곳이 지금의 KBS입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영방송에서 일하면서 이곳의 민낯을 본 순간, 저는 어떤 방송사에도 믿음을 가지지 않게 됐습니다. 제가 KBS에서 일했던 시간은, 방송을 만들면서 어떤 방송도 믿지 않게 되는 기괴한 아이러니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의 J를 있게 해준 건 시청자분들의 사랑인데, 그리고 뒤에서 밤낮으로 노력해준 제작진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존폐 여부에 그 조건들은 하나도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사실이, 그 현실이 너무도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내부고발이 될까, 혹은 그동안 J를 만드느라 열심히 노력해 주신 기자님들, 그리고 다른 비정규직, 프리랜서 친구들에게 누가 될까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J에서 제가 배운 것들, J가 가르쳐 준 건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침묵하지 말 것!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낼 것! 약자들 편에 설 것!

이것이 제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J에서 일하며 배운 것입니다. J가 없어지면 잠깐 이슈가 되겠지만, 또 늘 그랬던 것처럼 곧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가겠지요? 하지만 그 세상에 제 목소리 하나를 보태고 싶습니다. 그것이 언론이 바뀌기를 바라며 일했던 지난 2년에 진정한 마침표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저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런 글이 처음으로 저를 소개하는 글이게 된 점이 참으로 슬픕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또 언젠가 오늘의 저를 위해 수많은 목소리를 내주셨던 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매주 밤새며 원고 쓰셨던 작가님들, 궂은일 절대 마다하지 않고 늘 뛰어다니는 조연출 분들, J가 힘든 팀인 거 알면서도 열심히 취재하시고 연출하셨던 기자님들, 언제고 달려와주시는 촬영감독님, 미친 그래픽 만들어주는 디자인팀, 찰떡으로 편집해 주시는 편집감독님들 그리고 센스 넘치는 디지털 콘텐츠팀까지. 그리고 악플과 선플을 번갈아 달아주시던 시청자분들까지. 어느 한 분 기억에 남지 않는 분들이 없습니다. 표현은 못 했지만 늘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배운 거 잊지 않고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지금의 J는 여러분 덕분에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J가 대한민국 언론 변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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