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생들도 코로나로 '학력저하' 현상 심각…"악영향 증명"

입력 2020-11-23 09:55   수정 2020-11-23 10:10


미국 학생들도 우리 학생들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반적인 학력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염병이 학생들의 학력에 끼친 악영향이 증명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온라인시험 업체인 르네상스러닝이 22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5∼6학년 학생들이 올해 가을 수학 과목에서 기대되는 수준을 따라잡는 데 평균적으로 최소 12주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기대 이하의 시험 성적이라고 WSJ는 전했다.

4학년과 7∼8학년 학생들도 수학 과목에서 기대 수준보다 11주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고, 2∼3학년 학생들은 4∼7주가 더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르네상스러닝은 지난 8월부터 10월 중순까지 미 전역의 4400개 학교에서 학생 200만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온라인 수학 시험 결과를 토대로 분석해 이같은 보고서를 냈다. 기대 수준을 따라잡는 데 필요한 기간은 원격수업이 아닌 정상적인 수업 환경에서 기대되는 학업 성취도를 기준으로 산출했다.

수학보다는 덜하지만 읽기 과목에서도 학생들이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7800개 학교의 3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읽기 시험 분석 결과에서도 4∼7학년 학생들은 코로나19 이전의 기대 수준을 따라잡는 데 4∼7주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읽기 과목에서 1학년과 3학년은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2학년은 오히려 약간 더 나은 수준을 각각 보여줬지만, 집에서 원격 방식으로 치른 온라인 시험이어서 부모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르네상스러닝은 전했다. 읽기와 달리 수학은 대부분의 부모가 도움을 주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분석은 코로나19 대유행 후 처음으로 미국 학생들의 학력에 끼친 영향을 보여주는 자료로 교육계의 염려를 사실로 확인시켜준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롬폭 통합교육구의 브리 발라 부교육감은 "학생들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읽기 과목의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약간 더 나은 결과"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의 엘리자베스 시티 교수는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읽기 성적 저하가 더욱 우려스럽다면서 "읽기는 아이들이 나머지 과목을 배우게 해주는 능력인데 4학년까지 좋은 읽기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고교 이후의 배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학의 경우에는 보기만큼 우려스러운 결과는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수학과 과학 교육을 돕는 비영리단체 '매스 포 아메리카'의 존 유잉 회장은 대부분의 학생이 금방 회복할 수 있다면서 "사실 진짜 문제는 원격수업에 필요한 기술과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 학생들"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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