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실적 개선세가 둔화하고 있다. 회사 측은 최소 30조원대 기업 가치로 상장하기를 희망하지만 실적 정점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면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지난 18일 제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이 3499억원, 영업이익은 1676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4%와 465.1% 늘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 1분기에는 한참 못 미쳤다. 크래프톤은 1분기 매출이 5082억원, 영업이익은 3524억원에 달했다. 1분기 순이익(2940억원)을 연환산해 주가수익비율(PER) 30배만 곱해도 35조원의 기업 가치가 나왔기 때문에 IPO 시장 최대 기대주로 꼽혔다. ‘IPO 대어’라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도 상장 당시 기업 가치를 각각 4조6825억원과 2조2693억원으로 평가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2분기에 매출 3791억원, 영업이익 1613억원을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1분기 수준을 한참 밑돌면서 정정 논란이 일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을 연환산하면 6866억원이다. 여기에 PER 30를 적용하면 기업 가치는 21조원으로 대폭 준다.
원인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매출이 지난 1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 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매출은 1분기에 4519억원에 달했다. 2분기(3185억원)와 3분기(2952억원)에는 연속 감소했다.
이는 온라인, 모바일, 콘솔, 기타 매출을 모두 합한 것이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모바일이다. 지역 구분 없이 게임 플랫폼별 매출을 보면 모바일 매출은 1분기에 4215억원을 찍은 뒤 2분기(2894억원)와 3분기(2734억원)에 급감했다.
배틀그라운드가 다른 지역이나 플랫폼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중국 매출 급감은 IPO 과정에서 큰 타격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크래프톤은 콘솔용으로도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했지만 작년 3분기 327억원에서 올해 3분기 32억원으로 매출이 떨어졌다. 북미·유럽 매출도 같은 기간 551억원에서 217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 상장 주관사 자리를 따기 위해 지난달 프레젠테이션(PT)을 할 때부터 증권사들이 30조원대 기업 가치를 맞추기 위해 애를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주관사들의 고민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0일 정식 서비스를 하는 차기작 ‘엘리온’의 흥행 여부도 관건이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미래에셋대우를 대표 주관사로, 공동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내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