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사들이 해외 지방자치단체 채권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해외 지방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내 시장에서 수익 모델이 성장 정체에 이르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해외 지방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복지 지출을 충당하거나 도시 재생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확대하는 추세다.
아시아와 동유럽, 중남미 개발도상국과 러시아,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지자체와 지방공사들이 채권을 발행해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거나 자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후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자체적으로 신용등급을 부여한 지자체 명단을 발표하는 등 시장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서유럽에서는 그리스, 노르웨이, 독일, 벨기에, 스웨덴 등 총 12개국의 지자체가 해외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해외 지방채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중앙정부의 지원 가능성, 지자체 소재지국의 법과 제도, 지자체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재정관리이력, 재정운영 실적, 차입부담과 유동성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이런 평가 항목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기반을 둔 국내 신용평가사가 인터뷰와 서면 자료를 통해 해외 지자체와 지자체를 둘러싼 제도 등을 검토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지자체 신용도는 법과 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지자체 관련 법과 제도가 국가별로 큰 차이가 있는 상황이라 후발주자인 국내 신용평가사들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신용평가사의 해외 지자체 평가는 국가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에 있고, 국가 신용등급과 신용도 차이가 크지 않은 우량 지자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다양한 사례에 대한 정보가 집적되면 중장기적으로 지자체에 대한 평가가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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