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한국, 재난기본소득 맞지 않아"

입력 2020-11-24 16:29   수정 2020-11-24 17:4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크고 발전한 나라들은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보다는 선별적 재정지원(selective financial support)을 선택하는 게 낫다.”

2019년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폴로 MIT 교수는 24일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설은 화상을 통해 진행됐다.

노벨 경제학상 역대 최연소(만 46세) 수상자이자 두 번째 여성 수상자인 뒤폴로 교수는 빈곤·격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증 연구로 유명하다. 배우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공동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배너지 MIT 교수와 함께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뒤폴로 교수는 한국의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기본소득보다는 선별 복지가 적합하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많은 국가들이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현금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각 국가들은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며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 현금 지원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어떤 사람을 언제 지원해줄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며 “보편적 기본소득의 단점은 수혜 대상에서 아무도 배제하지 않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무작정 높이는 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는 “높은 소득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장치가 없다면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고소득자에게 매우 매우 높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건 정부 예산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미국의 소득세율을 예시로 들었다. 당시 소득세 최고구간에 부과되는 세율은 90%를 웃돌았는데 회사들이 높은 급여를 지급할 이유가 없어 그에 따라 정부 수입도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폴로 교수는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저금리 기조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매우 낮은 금리는 가난한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낮은 금리는 자산 가격 상승을 가져오며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장기간 동안 금리를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KSP 성과 공유 컨퍼런스는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에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최정표 KDI 원장 등이 참석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식 공유 방향‘을 논의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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