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도 예산안 국회 처리를 앞두고 정부·여당에 3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3조6000억원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국민의힘이 발표한 증액 사업에는 초·중·고등학생까지 긴급돌봄 지원비 20만원 일괄 지급, 어린이집 보육료 30만원 상향, 소방공무원 근무수당 월 14만원 인상 등도 포함됐습니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의 제안은 전략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 4·15 총선 직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유리한 고지에서 선거를 치렀습니다.
국민의힘의 요구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선수를 친 걸로 분석됩니다. 국회 다수 의석과 예산권을 쥔 민주당을 국민의힘이 당해낼 재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만약 선거 직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한다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처럼 눈 뜨고 지켜만 봐야 합니다. 미리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해 놓으면 국민의힘은 어느 정도 '숟가락을 얹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야당조차 무차별 '재정 살포'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이 거대여당에 맞서 퍼주기 대결을 하겠다는 건데 통할지도 의문입니다.
지난 19일 야권에서 처음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전 의원이 내건 공약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옵니다.
이 전 의원은 "내년 서울 보선의 핵심 이슈는 집값과 전셋값이 될 것"이라며 "집 걱정부터 덜어드리는 '경제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를 신혼부부에게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하고, 청년층을 위해 강북·강서 4개 권역에 80층 규모 직장·주거 복합단지를 건설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전 의원의 구상처럼 서울시민의 집 걱정이 해소되면 좋겠지만, 결국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뿐 진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게 뻔합니다. 이런 '로또' 같은 정책에 막대한 세금을 쓰겠다는 겁니다.
이 전 의원은 여기에 19∼30세 청년들의 지하철 요금을 무료로 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놨습니다. 당장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전 의원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라고 반박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정치권 안팎에서 포퓰리즘의 상징으로 여기는 국가혁명당 총재 허경영 씨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는데요.
허 씨는 이날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의 모든 전시행정을 중단하고 서울시 전체 예산의 70%를 줄여 30%만 쓰겠다"며 "자동차·부동산 보유세를 받지 않고 주민세 말고는 지방세를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만히 가지고 있는 집에 대해 보유세를 받을 필요는 없다"며 "자동차·부동산 보유세를 폐지하고 매매할 때나 세금을 많이 내면 된다. 그 정도로 충분히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혼부부에게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를 제공하고, 청년에게 지하철을 무료화하겠다"는 이 전 의원과 "부동산 보유세를 폐지하고, 전시 행정을 중단해 현재 서울시 예산의 30%만 쓰겠다"는 허 씨. 누가 진짜 '허경영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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