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용 갖추는 바이든 정부…환상 버리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입력 2020-11-24 17:46   수정 2020-11-25 00: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권 이양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마침 새 행정부의 주요 인선 내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인물은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끌 국무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토니 블링컨이다. 바이든과 20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온 그는 무엇보다 대북(對北) 강경론자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블링컨은 한 대담에서 “트럼프가 아무 준비 없이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공허한 정상회담을 했다”며 “북한을 달래기 위해 동맹과의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경제 제재의 페달에서 발을 뗐지만 그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만 증강됐다”고 혹평했다. 한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고 중국을 압박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펴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대북 화해와 교류, 제재 완화, 종전선언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트럼프는 본인의 공을 내세우기 위해 북한에 접근했고, 그게 결과적으로 현 정부의 ‘북한 끌어안기’와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블링컨의 등장으로 정부의 대북 정책은 일대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미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중국에 다가서는 한편 일본과는 대치해오던 ‘3강 외교’ 노선도 대폭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물론 블링컨 역시 동맹국과의 연대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대일(對日)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재닛 옐런 전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재무장관 내정도 주시할 대목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저금리 기조를 정착시킨 그를 낙점한 것은 적극적 재정을 통한 코로나 위기 극복과 교역국들과의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대외 관계에서 거칠고 즉흥적이었던 트럼프 때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비교적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교나 통상 문제 등에서 원칙을 고집할 경우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 막연한 환상이나 방심은 금물이다. 좀 더 정교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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