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은 한 대담에서 “트럼프가 아무 준비 없이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공허한 정상회담을 했다”며 “북한을 달래기 위해 동맹과의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경제 제재의 페달에서 발을 뗐지만 그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만 증강됐다”고 혹평했다. 한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고 중국을 압박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펴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대북 화해와 교류, 제재 완화, 종전선언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트럼프는 본인의 공을 내세우기 위해 북한에 접근했고, 그게 결과적으로 현 정부의 ‘북한 끌어안기’와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블링컨의 등장으로 정부의 대북 정책은 일대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미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중국에 다가서는 한편 일본과는 대치해오던 ‘3강 외교’ 노선도 대폭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물론 블링컨 역시 동맹국과의 연대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대일(對日)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재닛 옐런 전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재무장관 내정도 주시할 대목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저금리 기조를 정착시킨 그를 낙점한 것은 적극적 재정을 통한 코로나 위기 극복과 교역국들과의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대외 관계에서 거칠고 즉흥적이었던 트럼프 때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비교적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교나 통상 문제 등에서 원칙을 고집할 경우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 막연한 환상이나 방심은 금물이다. 좀 더 정교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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