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특히 국유기업 디폴트가 큰 폭으로 늘었다. 전체 디폴트에서 국유기업 비중은 2018년 10%, 지난해 12%였으나 올해는 3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 850억위안으로 작년(약 170억위안)의 5배 규모다.
디폴트가 늘어난다는 것은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갚기 어려울 정도로 경영 환경이 어렵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충격이 주된 요인일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올 상반기 디폴트가 304억위안에 그쳤고 대부분 하반기에 발생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4.9%로 반등하는 상황에서 디폴트가 급증한 것이다.
이는 부실기업을 솎아내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중국 반도체 자립의 선봉장으로 꼽히는 칭화유니그룹이 지난 16일 만기였던 13억위안 규모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칭화유니의 만기 6개월 연기 요청을 최대 채권자인 중국국제캐피털과 화타이증권이 거부했다. 칭화유니의 최대주주인 칭화홀딩스의 롱다웨이 회장은 디폴트 직후인 18일 채권자들에게 “칭화유니는 혼자가 아니다”며 정부가 도와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틀 뒤인 20일 나온 금융당국의 대답은 국유기업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었다. 최상위 금융감독기구인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국유기업들이 스스로 개혁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위안(약 670조원)에 달하는 부양책을 동원했다. 경제는 회복했으나 유동성 회수가 늦어 수년 뒤 부실기업 문제가 불거졌다. 대규모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했던 당시를 교훈삼아 이번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선 버릴 기업은 버리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집권 2기인 2018년부터 중점 과제로 내세운 ‘공급 개혁’ 정책, 공산당이 지난달 확정한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의 핵심인 내수 중심의 ‘쌍순환’ 정책 등이 모두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부실기업 정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중국은 금융시장 추가 개방을 부실기업 정리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외국 금융회사에 대한 지분 50% 제한 룰을 철폐하고 지난해 1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올 5월에는 피치에 독자 신용평가사 면허를 내줬다. 국제 신용평가사를 시장에 참여시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마구잡이식 평가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도다. 부실채권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해외 금융회사들을 유치해 채권 시장을 현실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슐리 렌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낮은 중국에서 그동안 많은 투자자가 국유라는 타이틀에 의존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식의 투자가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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