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감원을 계획한 것도 이 비중이 다른 은행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지난 3분기 기준 CIR은 53.7%로, 신한은행(44.2%) 국민은행(48.6%) 하나은행(43.7%) 등에 비해 높다.
올해 흑자 전환한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도 위기감을 키운 요인이다. 아직은 이익 규모가 작아 CIR이 시중은행보다 높지만 조만간 3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가 없기 때문에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고정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일반 은행도 CIR을 30~40% 수준으로 내리지 못하면 비대면 금융 영역에서 장기적인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채용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채용 축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은행 임원은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게 가장 확실한 인원 감축 방안이지만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축소된 신규 채용 정원을 유지하는 정도가 ‘마지노선’일 것”이라고 했다. 올해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기업 등 6대 은행에 새로 입사한 인원은 2000명가량으로 지난해(2779명)에 비해 30% 정도 줄었다.
디지털 인재 중심 채용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디지털 석·박사 특별전형을 신설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분야 이공계생들을 뽑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 우리은행은 상반기 수시 채용으로만 각각 40명, 70명의 디지털·IT 인력을 보강했다. 신한은행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IT 인재 특별 채용 전형을 마련했고, 하나은행은 아예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에 나섰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앞으로는 디지털·IT 인력이 더 이상 ‘전문 인력’으로 불리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은행 직원 각 개인이 IT 회사 직원 같은 지식과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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