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오늘(25일) 총파업과 함께 전국 동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에도 서울시내 30개 장소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민주노총에 집회 자제를 촉구했지만 집회를 원천봉쇄하진 않을 예정이다. 민주노총 측은 방역지침을 철저히 따를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 민주노총 측은 "(코로나19 확산의) 희생양으로 삼지 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보수단체가 주도한 개천절 집회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정부는 당시 하루 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경찰 버스 500대와 철제 바리케이드 1만여 개를 설치했다. 집회 당일엔 경찰 인력 1만2000명까지 동원해 일대를 완전히 봉쇄했다.
당시 보수단체들도 방역지침을 따르겠다고 했었다. 보수단체들은 '집회를 1인 시위나 기자회견으로 대체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집회 예정지를 원천 봉쇄해 현장 접근을 막았다.
일부 단체는 9대씩 차량 시위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이마저 허락하지 않아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다만 법원은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허용했다.
개천절 집회를 앞둔 지난 10월 1~2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일일 확진자는 각각 77명과 63명으로 현재보다 훨씬 적었다.
민주노총 집회 당일인 25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82명 늘어 누적 3만1735명에 달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349명)보다 33명이 늘어 400명에 육박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연일 민주노총 집회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집회 원천봉쇄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수능 시험을 목전에 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서라도 민주노총은 예정된 집회를 즉시 철회해달라"고 했다.
그는 "민주노총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겠다고 하지만 최근 코로나의 기세를 고려할 때 매우 우려스럽다"며 "경찰청과 각 지자체는 민주노총의 집회 과정에서 방역수칙 위반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상황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방역당국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집회 하루 전인 24일 0시부터 2단계로 격상했지만 집회·시위의 집합금지 기준은 1.5단계와 마찬가지로 '100명 이상'으로 유지한다.
다만 서울시는 서울 전역의 10인 이상 집회를 24일 0시부터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도 민노총 집회와 관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방역 기준을 위반하면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며 "서울시 방역수칙에 따라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관계 당국은 8·15 집회와 개천절 집회를 단속하던 기세로 민주노총 집회를 단속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8·15 집회 때는 불심검문도 모자라 통신기지국까지 추적해 명단을 파악하고, 집회 주동자를 살인자라며 극언까지 서슴지 않던 정권이 왜 이번엔 대응이 미온적인지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3차 유행이 다가오는 마당에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는 감염자 폭증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난 여름 8·15 집회와 10월 개천절 집회가 대규모 감염의 온상이라고 대대적 비판에 나섰던 범여권이 이번에는 많이 조용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수집회는 막고 진보집회는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중잣대라기보다 코로나19에 대해 점점 더 알아가면서 '완전히 종식시키기 거의 불가능한 바이러스다'라는 것을 점차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을 해서 일상과 방역이 조화를 이루고 지속가능한 방역체계로 전환하겠다고 10월에 발표했던 것"이라며 "그래서 대응의 원칙이나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8월 집회와 11월 집회를 단순하게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지난 14일 민노총 집회 이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늘었지만 방역당국은 집회 영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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