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당 2000달러대를 기록했던 금값이 1800달러대로 급락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해서인데요. 다만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등 금값 상승에 우호적인 환경이 여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불과 3개월 전 2000달러 육박했던 금값…이젠 1800달러대
26일 시카고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분 기준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2.8달러(0.15%) 오른 1813.8달러를 기록 중입니다. 올해 8월 6일 온스당 2080.1달러를 기록했던 금값은 9월24일 1883.9달러에 거래를 마쳐 1800달러대로 밀리더니, 지난 24일에는 1810.9달러까지 하락해 1700달러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금값이 급격하게 추락한 원인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꺾여서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백신 출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의 임상 시험 최종 결과 95%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모더나는 역시 3상 임상시험 중인 백신이 90%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했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도 백신의 면역 효과가 최대 90%라는 임상 결과를 내놨습니다.
미국 정부는 특히 내달 10일부터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CNN에 따르면 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만약 모든 일이 잘 풀릴 경우 12월10일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백신이 승인될 것이고 이후 24시간 이내에 곧바로 백신을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백신 보급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금을 팔아치우고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밀어 넣기 시작했습니다. 코스피지수만 봐도 한 달 만에 300포인트 가량이 급등했습니다. 이달 들어 2300선에 불과했던 지수는 지난 24일 종가 기준으로 26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전문가들, 금값 상승 환경 여전…"2200달러까지 오를 것"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심리 자체는 위축됐지만 금값을 자극할 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분석합니다. 그간 금값이 올랐던 배경 가운데 하나는 코로나19에 따른 공포심도 있었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자금) 공급을 확대한 원인도 있었습니다. 무제한 돈풀기가 이어지면서 실질 금리가 떨어진 것입니다. 쉽게 말해 '돈값'이 떨어지면서 고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무(無) 이자자산'인 금의 매력이 부각된 것이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진 상황입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쏟아부으면서 시중에 돈이 풀리면 '돈값'을 떨어뜨리게 되고, 이는 금값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유효한 가운데 달러 약세 전망은 금값에 호재가 될 것"이라며 "완화적 통화정책, 재정정책 확대 속 실질금리 통제, 기대 인플레이션 확대 전망 하에서는 금값은 온스당 2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홍성우 KB증권 연구원도 "실제 경기 회복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년에도 금값은 강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중기적인 관점에서 금값이 급락한다면 이를 투자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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