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빅테크는 왜 로비세력으로 전락했나

입력 2020-11-26 17:57   수정 2020-11-27 02:58

‘FA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경을 초월해 세계인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기업, 이른바 빅테크라는 점이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빅테크들은 이제 ‘기술 진보의 가치’가 아니라 ‘시장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빅테크의 등장으로 독점과 세제 문제는 물론 스타트업으로 흘러가는 벤처캐피털의 규모가 급락하는 등 경제질서 교란까지 발생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여론 조작과 가짜뉴스 전파, 게임 중독 역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국제경제 칼럼니스트 겸 부편집장인 라나 포루하는 신간 《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에서 “빅테크 혁신의 역사가 티핑포인트, 즉 그들의 이익과 시민의 이익이 더는 일치하지 않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한다. 카르텔과 법 테두리 안에서 빅테크 플랫폼들이 어떻게 경쟁 업체를 잔혹하게 무너뜨렸는지 등의 내막을 밝힌다.

저자는 “이제 이들의 큰 목표는 소비자를 자신들의 상품과 생태계에 예속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이런 개인정보를 소매업체부터 선거 조작기관까지 원하는 누구에게든 사거나 팔아넘긴다”며 “무료 또는 염가로 활용하는 기술과 서비스 뒤엔 이런 체계가 자리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빅테크들은 사용자 나이부터 위치, 결혼 여부, 관심사, 구매 기록까지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됐다고 주장한다.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의 발언, 주변 취재 등을 통해 빅테크의 본산인 실리콘밸리가 월스트리트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로비 세력이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빅테크의 독점을 막을 여러 방법을 제시한다. 개인정보 데이터 수집 기업의 매출 일정액을 인터넷 사용자에게 지급하거나 공공 펀드에 투자하게 하는 방안,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직무 재훈련을 시키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의 미래를 논하는 국가 차원의 위원회 설립 등을 제안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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