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원전 늘리는데…韓,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나서

입력 2020-11-26 17:28   수정 2020-11-27 00:33

일본 등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늘리는 것과 달리 한국은 탈(脫)원전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고리 1호기, 이듬해 월성 1호기 원전을 폐쇄한 데 이어 건설이 중단된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전면 백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신한울 3·4호기를 향후 전력 공급원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확정해 전력정책심의회에 제출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0~2034년 에너지 정책을 좌우하는 최상위 계획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신한울 3·4호기를 향후 전력 공급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가동 중인 원전 24기 중 노후 수명이 도래하는 11기를 2034년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초안과 동일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발표한 ‘탈원전 로드맵’과도 같은 방향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17년 2월 정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건설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된 뒤 건설이 무기한 중단됐다.

산업부는 신한울 3·4호기를 향후 전력 공급원에서 제외한 가장 큰 이유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향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될지 여부를 알 수 없으니 계획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5월 14일 ‘신한울 3·4호기는 정부 정책 고려 시 불확실성이 있어 준공 일정 예상이 어렵다’고 보고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가 탈원전 목표에 사로잡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최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전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가격이 싸고 효율적이며, 안정적으로 저탄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서다. 미국과 영국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신형 원전 및 관련 설비 건설을 지원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날 ‘한국 에너지정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원자력은 여전히 글로벌 전력 공급 수단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각 국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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