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온라인 관련 사업 뿐 아니라 전통 제조업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해 소비자 취향을 사로잡는 제품을 개발해 낸다든지, 가전 회사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는 것이 일상화 됐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제조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디지털 관련 기술로 어떤 사업을 해야 할 지 정해 놓고도 ‘어떻게’(How)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는 곳이 많다.
서창우 커니 파트너는 이런 제조사들에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을 활용해 제품 출시 전 시장에서 소비자 수용도를 확인하고 최적의 제품과 서비스 출시 방안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한국경제신문과 커니가 공동으로 지난 27일 진행한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DBF)에서 한 강연에서다. 2016년부터 매년 열린 DBF는 올해 코로나19 확산 탓에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서 파트너가 이날 강연에서 제시한 ‘프리토타이핑’은 기존 전통 제조업에서 많이 썼던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이다. 가장 큰 차이는 아이디어 테스트 부분이다. 서 파트너는 “프로토타이핑이 얼마나 싸게 잘 만들수 있을까 하는 제조에 초점을 맞췄다면 프리토타이핑은 사람들이 회사가 구상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 지, 제품을 만들면 살 것인지 등등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토타이핑의 대표 사례로 맥도날드를 들었다. 맥도날드는 매장에서 스파게티를 판매하면 어떨 지 궁금했다. 과거 같으면 실제 스파게티 상품을 개발하고, 사람들을 불러 품평회를 하고, 반응이 좋으면 매장 내 출시하는 방식을 썼을 수 있다. 맥도날드는 이렇게 하지 않았다. 메뉴판에 ‘맥스파게티’란 그럴듯한 상품 하나만 추가했을 뿐이다. 실제 제품은 없었고 제품 테스트도 하기 전이었다. 단순히 고객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문이 실제 들어오면 “아직 출시가 안 됐는데 메뉴판에 먼저 들어갔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그런 뒤 점원은 어떤 사람이, 몇 시에, 몇 개를, 어떤 방식으로 주문했는지 체크했다. 맥스파게티는 이같은 프리토타이핑을 거쳐 필리핀 등 일부 국가에서 출시돼 판매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IBM은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기술에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있을 지 궁금했다. 기술을 다 개발 해놓고 실패하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술 개발 이전에 사람들 반응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 IBM이 내놓은 해법은 속기사를 쓰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음성 인식 기술이라고 소프트웨어를 나눠준 뒤, 실제 사용할 때 몰래 속기사가 듣고 문자로 변환을 해줘 사람들 반응을 살핀 것이다.
서 파트너는 “프리토타이핑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 정의를 명확히 하고, 핵심 가설을 세우고, 신속하게 검증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시 적은 비용으로 의사결정을 빨리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서 파트너는 프리토타이핑 방식으로 성공한 한 독일의 가전사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이 가전사는 세탁기에 작은 장치를 부착해 세제, 섬유 유연제 등 소모품 사용에 대한 사용자들의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모품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며 “디지털 전환이 거창할 것 같지만 지금 하고 있는 핵심 사업에서 조금만 확장하면 별 것 아닐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너무 고민하지 말고 빨리 실행해서 실패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라며 “여기에 익숙한 사업에서 디지털 전환 기회를 찾고, 한 번 사업을 시작했으면 부수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풀타임으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파트너는 “미국에서 1965년 전통 제조기업의 생존 가능 기간은 평균 약 23년이었는데, 2014년에 15년으로 확 감소했다”며 “코로나 시대를 맞아 약 40%의 기업은 향후 5년 이내에 생존, 혹은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디지털을 제조 분야로 도입해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이제 모든 기업에 당면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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