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하면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복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이나 시점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수감사절을 맞아 해외 주둔 미군 등을 격려하기 위한 화상 간담회를 개최한 뒤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이 바이든 당선인을 선출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대선 후 몇 차례 기자회견을 하고 공개 일정에 나섰지만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그는 선거인단이 바이든 당선인을 선출하는 것에 대해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을 떠날 것이냐는 질문에 "분명히 나는 그럴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도 이를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에 불복한 뒤 각종 소송과 재검표 요구 등을 이어가며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 발언은 뒤집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 없이 패색이 짙어지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자신의 거취 결정을 위한 중요한 계기로 삼고 있음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1·3 대선에서 주별로 선출한 선거인단이 차기 대통령 뽑는 투표는 다음달 14일 예정돼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로서 수용할 수 없고, 사기투표가 없었다면 자기가 승리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 대해 "거대한 사기였다"면서 "우리가 제3세계 국가와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백악관에서 마지막 추수감사절에 관한 계획에 대해 질문받자 "처음일지, 마지막일지 말할 수 없다.
두 번째 임기의 처음일 수도 있다"고 받아쳤고, "아무도 이번 선거가 보여주는 그런 종류의 사기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없애고 싶어 한다"며 "나는 한 가지는 안다. 조 바이든은 8000만표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8000만표 넘게 득표해 역대 최대치 기록을 세웠지만, 이는 부정투표의 결과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상원 선거 때 과반 득표자가 없어 내년 1월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조지아주 선거전과 관련해 현장 지원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곳 사람들은 우리가 (선거를) 도둑맞아 매우 실망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상황에서 승복하긴 어렵다고 말하고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할지 언급하길 꺼렸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선거 승복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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