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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수렵채집 생활을 했을 때는 거의 모든 것을 자신이 만들어 해결하는 자급자족 형태였다. 이후 농사를 짓고 여러 다양한 분업이 발생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주고받을 필요가 생겼다. 상품과 상품을 맞바꾸는 물물교환이 이뤄졌지만 각자가 원하는 수량이나 가치가 달라 공정하게 교환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화폐’로 기원전(BC) 4000년 즈음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에는 쌀, 소금, 가죽, 가축 등 통용성이 높은 ‘물품화폐’가 사용됐다. 예를 들어 로마시대 군인들은 소금을 급료로 받았는데 영어로 급료인 ‘salary’는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휴대가 간편하고 변질되지 않으며 계량하기 쉬운 것들이 주로 화폐로 사용됐다. 중국 황허강 중류 지역에서는 별보배고둥 껍데기, 서태평양제도에서는 돌이 사용되기도 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지폐는 중세시대부터 발행됐다. 순도를 조작할 수 있는 금속화폐와 달리 지폐는 발행자가 그 신용을 보장해야 했다. 지금껏 알려진 세계 최초의 지폐는 중국 송나라의 교자(交子)로, 처음에는 철화를 대신하는 임시 용도로 발행되다가 1023년부터 정부 주도로 발행해 유통시켰다. 유럽에서는 16세기 은화를 귀금속 세공상의 금고에 맡겨 두고 보관증으로 받았던 증서가 은행권의 원형이 됐다. 유럽 최초의 지폐는 1661년 스웨덴이 민간은행인 스톡홀름은행에 은행권 발행을 허락하면서 시작됐고 이후 스톡홀름은행이 파탄나자, 국유화해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을 설립하게 됐다. 지폐가 ‘법정(法定)화폐’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발발로 각국이 금의 총량을 넘어서는 돈을 마구잡이로 찍어내면서 혼란이 빚어졌고 주요 국가의 통화체제는 1944년 ‘브레턴우즈체제’로 바뀌었다. ‘금 1온스=35달러’로 고정하고 달러화와 다른 나라 통화를 고정환율로 묶었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 세계 경제의 패권을 거머쥔 미국 달러화가 명실상부한 기축통화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1960년대 미국이 베트남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달러를 대규모로 찍어내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졌고, 1976년 1월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 잠정위원회에서 출범한 ‘킹스턴체제’는 금본위제도에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변동환율제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에 지폐나 종이를 대체하는 것으로 ‘전자화폐’가 있다. 1990년대 유럽중앙은행(ECB) 등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로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된 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쓴다는 의미다. 1951년 미국 뉴욕에서 프랭크 맥나마라 등이 설립한 최초의 신용카드인 ‘다이너스 클럽’도 따지고 보면 전자화폐로 볼 수 있다. 요즘에는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각종 ‘~페이’도 사용된다. 오늘날 전 세계 현금의 90% 정도는 금융기관에 있고 컴퓨터나 모바일로 지급·결제하는 것이 대세다.
‘가상화폐’ 혹은 ‘암호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집필한 논문을 바탕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인터넷 등 가상공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집중적인 기관이 통제하지 않고 모든 거래참여자의 계정에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탈(脫)중앙화를 지향하다보니 각국 정부는 아직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비트코인 투자 차익에 과세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중국이 비슷한 개념의 ‘디지털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② 금속이나 종이,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의 전자신호가 화폐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그 신용을 국가가 보증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③ 가상화폐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은 화폐로 인정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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