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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자살, 알코올, 약물 남용 관련 사유로 사망한 미국인은 19만7000명이다. 1994년 에이즈 유행이 정점에 달했을 때의 사망자 수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수치다. 2016년은 경기가 꾸준히 확장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보다 놀랍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끝난 2009년 6월 이후 2019년 1월까지 100개월 동안 연속해서 일자리가 늘었고, 22%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의 자살률이 2016년에 버금가던 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그 직후의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했던 잠깐의 시기뿐이었다.
자살과 약물 남용의 공통점은 ‘단절’이다. 사회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1897년 발간한 그의 책 《자살》을 통해 자살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주로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가족, 배우자, 직장에서 긴밀한 유대를 잃어버릴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 역시 자살의 위험과 외로움이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 마약과의 전쟁을 연구하는 글을 쓰는 요한 하리는 ‘중독의 반대말은 제정신이 아니라 연대다’라고 설명한다. 군인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사회적 자본과 약물 남용에 따른 사망에 강력한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밝혀낸 연구진은 미국인이 ‘홀로 볼링 치고 함께 죽어간다’고 결론지었다.
디지털 전환시대를 촉발한 기술 발전은 경제의 집중화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경제학자 앤 케이스와 앵거스 디턴은 세계 인구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사망률이 낮아지지만, 미국 중년 백인만큼은 예외라는 점을 발견했다. 중년 백인 가운데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에서는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한 것이다.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일하고 유대를 형성하던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들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혼인율을 낮아졌으며, 사회적 고립은 심화되었다.
불공정하다는 지각은 믿는 대로 세상을 보도록 만든다. 사실을 덜 믿고, 가짜 뉴스와 음모론을 더 신뢰하는 이유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유대를 덜 맺고,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만 시간을 보낸다. 사실과의 단절은 정치적 양극화, 제도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기술들의 경쟁력은 생산과 소비의 효율성에 있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국가의 부는 단지 물적인 부분에 국한되어 축적되지 않는다. 사회적 자본의 증가 없이는 공허한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되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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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의 편중이 심해지면
사회적 자본의 감소를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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