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직원 개개인에 일종의 '등급'을 부여하는 '5단계 레벨제'를 시행한다. 먼저 기술직군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적용할 예정이며 전직원 대상으로 확대할지는 추후 검토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기 전 인사 등 전직원 평가 시스템을 혁신할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4~25일 이틀간 본사 기술직군을 대상으로 '새로운 성장 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부터 전체 직원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기술직군을 시작으로 전문성·역할·영향력의 성장지표를 평가해 레벨 3~7을 부여하는 '레벨제'를 시행한다. 단 본인 레벨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즉 네이버에 입사한 지 10년차가 올해 4단계 레벨을 취득했다면 다음 평가에선 5단계 레벨 취득을 위해 노력하는 형태다.
대리, 차장, 과장 등 직급이 없고 수평적 문화를 강조하는 네이버 내에서 개개인이 스스로 일정 레벨 이상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성취하는 '성장 가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로 사용하는 셈이다.
레벨을 두고 경쟁하는 시스템도 아니다. 매년 승진 '몫'은 정해져 있고 대상자는 이보다 많아 서로 경쟁을 통해 승진과 낙마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 기업의 승진 시스템이라면 네이버가 도입하는 5단계 레벨제는 절대평가다. 100명이든 1000명이든 회사에서 정한 단계별 레벨의 기준을 충족하면 해당 레벨 승급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레벨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 전문가 그룹을 신규로 둬 절대평가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레벨제는 기술직군에 먼저 적용하고 점차 서비스·디자인·경영지원 부문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각 부문 특성에 따라 레벨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014년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최고경영자(CEO)'라는 직급제에서 모든 직원을 리더와 팀원으로 나누는 2단계 직급제로 단순화했다. 연공서열 중심이 아닌 수평적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리더와 대표급 사이에 '책임리더' 직책을 추가했다.
신규 직원 평가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네이버는 2단계 직급 체계는 유지할 계획. 호칭도 기존대로 직원 간에는 기존의 '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네이버가 신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내년 일본에서 '라인-야후' 합작사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화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조직 운영 방식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의 인사 철학 자체가 바로 '(직원의) 성장'인데 수평적 문화와 직급의 부재로 인해 오히려 '성장의 가시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직원들 의견이 많았다"며 "단계별 레벨 상승을 통해 직원 개개인은 자신의 '성장'을 보다 뚜렷하게 인지할 수 있고 조직도 보다 효율적으로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5단계 레벨제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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