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추수감사절 직후인 지난 27일 하루에만 20만 명 이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와 미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인들의 이동이 많은 추수감사절을 전후해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추수감사절 악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27일 하루 동안 미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0만5000여 명 넘게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하루에만 환자 수가 20만5460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하루 20만 명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건 이날이 처음이다. NYT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3~25일 하루 18만 명 안팎에 달했다. 이후 26일 10만3000명 선으로 주춤해지는 듯했지만 27일 20만 명대로 뛰었다. 일부 주가 휴일인 추수감사절에 환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27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CNN은 “11월 발생한 환자만 400만 명 이상”이라며 “1300만 명이 넘는 미국 내 누적 환자의 약 30%가 11월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규 확진자 증가는 입원 환자 급증과 함께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 코로나19 사망자는 24, 25일 이틀 연속 20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환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리애나 웬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는 “우리는 재앙으로 가는 고비를 넘고 있다”며 미국에서 곧 하루 사망자가 3000~4000명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추수감사절은 연말, 연초 암울한 휴가 시즌의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 시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교통안전청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대이동이 시작된 20일부터 추수감사절 당일인 26일까지 모두 651만 명이 항공기 여행을 했다. 미국자동차협회는 추수감사절 자동차 여행객을 5000만 명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지자 일부 지역에선 방역 고삐를 죄고 있다. 인구 1000만 명에 이르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30일부터 3주간 자택 대피령을 내리기로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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