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PEF가 돈을 벌려면 기업가치가 올라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다”며 “경험이 풍부한 PEF는 비합리적인 기존 경영자보다 투자도 많이 하고 구성원의 지지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인수합병(M&A) 담당 임원은 “요즘 국내에서 기업을 사고팔 때 PEF 없이는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올해 PEF가 매각 측이나 인수 측에 1대 주주 혹은 주요 주주로 참여한 바이아웃 거래의 비중은 38.4%(올해 1~9월 151건 중 58건)에 달한다. 1000억원 이상 거래(37건)만 놓고 살피면 그 비중은 56.8%까지 높아진다. PEF가 끼지 않은 거래가 더 적을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항공이 9906억원에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한 건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PEF는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상시적인 유동성 공급자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음식료 업종에선 ‘PEF 없이는 M&A 시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홍콩계 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미국계 KKR이 OB맥주를 샀다가 5년 만에 4조원 넘는 이익을 남기고 판 게 대표적이다. KFC와 할리스는 각각 CVC캐피털과 IMM PE를 거쳐 KG그룹에 안착했다. CJ가 운영하던 커피숍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앵커에쿼티가 사들였다. 유니슨캐피탈은 밀크티 프랜차이즈 공차를 인수했다가 미국계 PEF인 TA어소시에이츠에 매각했다.
중견 PEF인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최근 700억원에 노랑통닭을 인수했다. 맘스터치(해마로푸드서비스)는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샀다. 미스터피자(MP그룹)는 최근 페리카나가 출자자로 참여한 TRI-얼머스투자조합1호에 매각됐다.
펀드 만기가 길지 않은 경우 짧은 투자 기간(3~7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기존 구성원과 싸우며 시간을 흘려보낼 여유가 없기도 하다.
PEF 투자를 받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성장성이나 고용 유지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있다. 2005~2019년 PEF의 국내 투자 사례를 조사한 박용린 연구원에 따르면 PEF 투자를 받은 기업이 비슷한 기업과 비교해 투자 후 3년간 자산은 평균 16.2%, 매출은 14.2% 늘고, 부채비율은 평균 7.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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