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尹 감찰 검사 양심선언에…법무부 "수사 필요" 반박

입력 2020-11-29 18:31   수정 2020-11-29 18:32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업무를 맡은 검사가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법리적으로 검토한 결과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고 양심선언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보고서의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삭제된 사실이 없다"며 "검찰총장의 직무상 의무위반에 해당해 징계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 관해 이견이 없었고, 진상규명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수사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담당 검사 "판사 문건, 죄 성립 어렵다 결론설명도 없어 사라져"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 근무 중인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인 법리적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썼다.

이정화 검사는 지난 17일 대검을 방문해 윤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일방 통보'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윤석열 총장의 감찰 조사에 직접 참여한 평검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조치에 대한 '내부 반발'을 표명한 셈이다.

이정화 검사는 "문건에 기재된 내용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여부에 대해 판시한 다수 판결문을 검토하고 분석한 결과 위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감찰담당관실에 있는 검사들에게도 검토를 부탁한 결과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았기에 그대로 기록에 편철했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수사의뢰가 갑작스럽게 내려졌다고 했다. 그는 "법리검토 내용은 위와 같았지만 문건 작성자의 진술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부분은 사법농단 사건의 수사기록에 등장하는 내용이고, 어떠한 경위로 그러한 내용을 얻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11월24일 문건의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을 시도했다"면서 "그 직후 갑작스럽게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기야 그다음 날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청구 결정에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직후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이유로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가 이뤄졌다"며 "누군가가 추가로 이 부분에 대해 저와 견해를 달리하는 내용으로 검토를 했는지 여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가 작성한 보고서 중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은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수사의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이정화 검사의 판단. 그는 "총장님에 대한 수사의뢰 결정은 합리적 법리적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면서 "당초 파견 명령을 받아 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제가 가졌던 기대, 즉 법률가로서 치우침 없이 제대로 판단하면 그에 근거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 믿음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끔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보고서 삭제된 사실 없어…강제 수사 필요했다" 반박
그러자 법무부는 이정화 검사가 글을 올린 지 2시간 만에 반박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보고서의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삭제된 사실이 없다. 파견 검사가 사찰 문건에 관해 최종적으로 작성한 법리검토 보고서는 감찰기록에 그대로 편철되어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문건이 그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작성을 지시하고 감독 책임을 지는 검찰총장의 직무상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었다"며 "다만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엄격히 적용돼 무죄 판결도 다수 선고되는 등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견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유사한 판사 사찰 문건이 더 있을 가능성 때문에 강제 수사가 필요했다며 수사의뢰 이유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법무부는 "현재까지 확보된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이외에도 유사한 판사 사찰 문건이 더 있을 수 있는 등 신속한 강제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면서 "그 심각성을 감안할 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와는 별도로 강제 수사권을 발동해 진상을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수사 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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