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광주행…시위대 사과 요구에 "시끄럽다 이놈아"

입력 2020-11-30 10:15   수정 2020-11-30 10:16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전두환 전 대통령(89·사진)이 30일 법원으로 출발했다. 자택을 나선 그는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

전두환은 이날 오전 8시42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1심 선고공판이 열리는 광주지법으로 출발했다. 전두환은 이날 검정 양복과 중절모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승용차에 타기 전 자택 앞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였다.

이때 자택 앞에 있던 시위대가 "전두환을 법정구속하라", "전두환은 대국민 사과하라"고 외치자 전두환은 시위대를 향해 "시끄럽다 이놈아"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공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다양한 자료와 여러 진술을 검토·확인,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실재했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5·18 때 발포 허가의 책임이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 발간 당시까지 헬기 사격에 부합하는 자료가 다수 존재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조비오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점에 비춰 범죄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국가폭력 부인과 함께 독재를 합리화, 헌정 질서를 해치는 주장을 펼쳤다고 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다수의 광주시민은 1980년 5월 광주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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