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외국인을 매도로 이끈 것은 MSCI 신흥시장(EM) 지수 개편이었다. 이 지수에서 한국 시장 비중이 줄자 기계적 매물이 쏟아졌다. 개인들은 추세적 하락이 아니라 극복 가능할 변수라고 판단,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개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20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도 물량 대부분을 받아냈다. 개인들은 코스피지수가 2600선까지 오른 지난 23일 87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1.92% 오른 것에 비해 매도 규모가 크지 않았다. 개인이 지난 5일 코스피가 2.40% 상승하면서 2400선에 올라섰을 때는 하루 만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9707억원어치를 매도했기 때문이다. 개인은 2600선에서 추가 상승한 지난 24일에도 245억원어치를 내다파는 데 그쳤다. 이후 지난 25일부터는 3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총 957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피가 2600을 넘겼음에도 매수 전략을 취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들이 매수한 규모와 비교해도 11월 들어 개인의 매도세는 약한 편이다. 올 3~10월 개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49조78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1월에는 2조1390억원어치를 매도하는 데 그쳤다. 전체 매수액 대비 5%도 안 되는 규모다. 증시 대기 자금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7일 기준 62조9567억원으로 10월 말(55조3452억원) 대비 13.7% 급증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코로나19 백신 등장과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코스피 우상향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10억원이던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려다가 철회한 것이 개인들의 연말 매수 부담을 줄였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도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량 순매도를 기록한 건 MSCI EM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줄어든 것과 관련 있다. MSCI는 이날 지수 리밸런싱을 통해 한국 비중을 12.0%에서 11.7%(지난달 11일 시가총액 기준)로 줄였다. 쿠웨이트가 비중 0.2%(추정치)로 새로 편입됐고, 인도 비중이 8.3%에서 9.1%로 늘면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이다.
종목별 외국인 순매수 동향을 봐도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번에 MSCI EM지수에 새로 편입된 종목은 SK바이오팜, SK케미칼, 두산중공업 등이다. 이날 외국인은 이들 종목을 각각 1258억원, 660억원, 44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편출 종목인 BNK금융지주(-512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109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앞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에 비해 한국 증시가 구조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한참 더 남았다는 분석도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8년 당시에는 증시가 반도체에 너무 의존했지만 지금은 2차전지, 바이오 등 다른 산업도 골고루 성장하며 투자 환경이 더 좋아졌다”며 “당시보다 금리가 낮은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양병훈/고윤상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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