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행 조치에 중소기업들은 패닉에 빠졌다.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면 인건비가 늘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영이 더 힘들어질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제를 위해 직원을 더 뽑고 싶어도 만성적 인력난으로 뽑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또 야근·특근 감소로 임금이 줄어든 숙련공들이 이탈하면 납기를 못 맞추는 사태가 발생할 것도 걱정하고 있다.
고용부는 주 52시간제 시행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이 8.9%에 그친다고 밝혔지만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선 84%가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의 조사 방식과 대상, 결과 해석의 간극이 지나치게 커 고용부 조사가 업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중소기업들이 더 난감한 것은 주 52시간제 부작용을 덜기 위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3개월→6개월)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연장(1개월→3개월) 등에 관한 국회 입법이 하세월이기 때문이다. 이들 보완입법은 노·사·정이 합의한 것이지만 작년 2월 이후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고용부는 보완입법을 미루는 국회를 비판하지만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주 52시간제를 강행하는 정부야말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가 나 몰라라 하는 가운데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강행키로 함에 따라 피해를 보는 건 중소기업이다. 지난 3년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체력이 소진된 중소기업들이 코로나 확산과 주 52시간제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안게 된 것이다. 궁지에 몰린 일부 중소기업은 고육지책으로 주 52시간제 적용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종업원 50인 미만으로 회사를 쪼개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중소기업의 시름은 덜어주지 못할망정 고통을 가중시키는 모습에서 한국이 얼마나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인지 새삼 재확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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