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당 본부 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8차 당대회 준비 상황 청취와 경제 지도 기관의 경제 운영 실태 비판 및 개선 대책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경제 지도 기관들이 맡은 부문에 대한 지도를 주·객관적 환경과 조건에 맞게 과학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불만을 나타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주관주의와 형식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태에 대해 심각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김정은이 “당의 경제정책 집행을 위한 지휘에서 과학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무한한 헌신성과 책임성을 발휘할 것을 강조했다”며 “이번 회의에서 당면한 경제 과업 집행을 위한 ‘중요 결정들’을 전원일치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비판한 ‘경제 지도 실태’가 최근 국가정보원이 밝힌 북한 상황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27일 “북한이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수해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 물가는 폭등하고 환율은 급락하는 초유의 경제난에 직면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김정은은 극도의 ‘코로나19 포비아(공포증)’로 접경지역뿐 아니라 주요 도시를 봉쇄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환율 급락의 책임을 물어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달러 대비 북한 원화 환율은 지난달 초 이후 20%가량 급락했다.
북한은 이날도 이달 초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8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열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이어지는) ‘80일 전투’를 통한 경제적 성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당대회 때까지는 내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은 올해 이례적으로 많은 열한 번의 정치국 회의를 열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비상방역체계를 강화하고, 8차 당대회 준비 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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