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준다. 우선 10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이 구매할 때 나온다. 주차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혜택도 있다. 휘발유, 경유 등에 붙는 각종 세금 또한 전기차 충전에선 면제된다.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혜택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런 혜택을 ‘불편함을 감수하는 데 대한 보조금’으로 여긴다. 그만큼 전기차를 구입해 운전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는 얘기다.
충전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해 최근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국의 전기차 공용 충전기 수는 2만3000여 개다. 약 291만 기에 이르는 중국, 163만 기가 넘는 미국은 물론 독일(36만 기) 프랑스(35만 기) 노르웨이(33만 기) 일본(22만 기) 등 주요국들과 비교해 크게 적다.
그나마 있는 충전기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많은 민원이 제기되는 무단 점유가 심각하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2년여 전 설치한 충전소를 지난달 없앴다. 전기차를 소유한 주민이 충전소를 전용 주차장처럼 쓰자, 다른 주민의 ‘원성’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단지는 평소에도 주차 문제로 주민 간 다툼이 잦았다. 부녀회에선 “전기차가 많아지면 다시 설치하겠다”고 사태를 매듭지었다.
현재 충전소 사업은 환경부가 주도하고 있다. 환경부는 50㎾h 이상 급속 충전기는 자체적으로, 7㎾h 안팎의 완속 충전기는 일반 사업자를 통해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라고 하는 곳도 알고 보면 공기업이 대부분이다.
한국전력과 KT 외에도 순수 민간 사업자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충전기 사업을 장기적 관점에서 키우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가 정부 보조금 때문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환경부는 2017년부터 민간 사업자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 한 기당 공용은 500만원, 준공용은 400만원, 비공용은 300만원이었다. 보조금을 노린 ‘단타성’ 사업자들이 기승을 부렸다. 공무원을 사칭하거나, 브로커가 중간에 돈을 받고 엉터리 충전기를 설치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가정용 전기 콘센트는 2~3㎾h로 64㎾h 코나EV 완충에 약 33시간이 걸린다. 지금도 충전기 점유 문제로 주민 간 다툼이 큰데, 이런 콘센트 충전기가 많아지면 다툼이 더 잦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50㎾h 이상 급속 충전기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의 급속 충전기 보급 계획은 현재 7000여 기에서 2025년 1만5000기로 두 배가량 늘리는 수준이다.
전기차 급속 충전기 사용요금은 2016년 ㎾h당 313.1원이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이 요금을 절반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특례 요금을 적용했다. 하지만 할인율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전력의 충전 요금은 올 들어 255.7원으로 작년 173.8원 대비 47%나 뛰었다. 민간 사업자들도 대부분 200원 넘게 받고 있다. 일부는 두세 배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코나 기준 휘발유차 대비 전기차 연료비는 기존 25% 수준에서 37%로 뛰었다. 2022년 할인이 완전 사라져 311.1원이 되면 이 비중은 44%까지 오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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