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1일 기각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최대 고비를 넘겨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와 산업은행 주도의 항공업 구조조정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뒀지만, 통합 항공사 운영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승련)는 신주 발행이 상법상 예외조항으로 명시된 ‘경영상 목적’에 부합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사업상 중요한 자본 제휴 및 긴급 자금조달 필요성에 따라 합리적인 경영판단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양대 국적항공사 통합을 위해선 한진칼에 긴급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산은의 자금 투입을 제외한 다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KCGI 측이 주장한 대출 또는 회사채 발행 및 주주 배정 유상증자는 충분한 대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은이 조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산은이 한진칼 경영진 의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약정을 한 바 없다”며 “산은은 항공산업의 사회·경제적 중요성과 건전한 유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산은으로부터 확보한 8000억원을 곧바로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대한항공은 오는 4일 아시아나항공에 인수 계약금 3000억원을 예치하고, 이달 말 3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3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6월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한항공에 1조5000억원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내년 하반기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복 노선 조정과 통폐합 과정 등을 거쳐 이르면 2022년 통합법인으로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함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정부와 산은이 주도하는 합병인 만큼 공정위가 경쟁제한 규제를 추가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 회장은 통합항공사 경영 과정에서 산은으로부터 견제와 감시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산은과 맺은 투자합의서에 따라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산은과 사전 협의한 뒤 동의도 받아야 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조 회장에게 확실한 책임경영을 보장할 것”이라면서도 “경영 실패 시 퇴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노조가 이번 인수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산은 관계자는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향후 통합 과정에서 고용안정 등에 관한 의견을 시의적절하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남정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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