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를 향한 야당의 비토 정서가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오히려 '노무현 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입에 담지 말라며 16년 전 일까지 꺼내 들었다. 반면 야당은 민주당에서 '노무현 정신'이 사라지고 '친문(문재인 대통령) 정신'만 남았다는 비판으로 받아쳤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법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아들 구속을 지켜보기만 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직에 있을 때 큰아들이 기소되고 둘째, 셋째 아들이 구속되는 충격을 견뎌내야 했다"며 '호랑이 같은 가신들을 앞장세워 윤석열 검찰총장을 감찰해서 쫓아내고, 아들 수사팀 해체시키는 꼼수를 몰라서 안 했던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한 번 더 생각해 보십시오. 그게 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인가?"라고 물으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담담히 받아들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울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박민식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연일 '노무현 정신'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가덕도 신공항을 '노무현 공항'으로 하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발언과 관련해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를 조국 전 장관은 꼭 읽어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노무현 공항' 운운하며, '노무현 팔이'로 재미 볼 생각만 말고, (검찰개혁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정한 뜻을 따라 국민에게 속 시원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같은 내용을 언급하며 주호영 원내대표를 향해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환생경제’라는 연극으로 노 대통령님을 얼마나 추잡스럽고 비열하게 희롱했는가"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이 같은 정부여당의 움직임을 두고 자신들의 편만 생기는 '친문 정신'이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주의 타파와 탈권위 등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한 움직임보다 자신의 편에게만 줄 대기 위한 공수처 설립, 윤석열 총장 찍어 내리기 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대통령 임기 당시에는 여야 간의 다툼과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는 것 아닌가"라며 "'노무현 정신'을 지키지도 않고 '친문 정신'만 만들고 있는 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처럼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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