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의 소비 성향이 투자에도 나타나지 않겠냐는 추측은 아직 ‘가설’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카드·홈플러스로부터 결제·품목 데이터를 받아 이런 가설을 확인할 계획이다. 소비패턴에서 도출된 성향을 바탕으로 맞춤형 투자상품을 추천하기 위해서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신한카드와 함께 결제 데이터 활용에 나섰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 홈플러스가 결제·품목 데이터를 결합한 공동 신사업 모델 발굴을 위해 최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행보다.
신한금융투자가 신한카드의 결제 데이터와 홈플러스의 품목 데이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양사 데이터를 통해 투자성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매일 오후 8시에 집 앞에 있는 홈플러스에서 꼬박꼬박 우유를 사가는 40대 남성의 투자성향은 보수적일 수 있다는 식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유럽의 일부 증권사에서 소비 성향을 투자상품 추천에 활용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었다”며 “데이터 3법 시행을 계기로 본격적인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투자성향에 맞는 금융상품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려는 것.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신한카드의 결제시점·액수 등의 데이터와 홈플러스의 품목별 데이터를 종합해 모델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홈플러스에서 제품을 파는 제조사들의 실적도 실시간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기 단위로 나오는 재무제표로 기업가치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늦다는 판단이다. 신한카드와 홈플러스는 양사 간 별도 전산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있다.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홈플러스에서 물건을 파는 제조사들의 기업가치를 다른 증권사보다 빨리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신한카드 결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룹 멤버십인 ‘신한플러스’ 혜택을 개인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매월 스타벅스 쿠폰을 일정량 지급하는 식이었다면, 앞으로는 VIP가 커피를 마시는 시간대에 주로 가는 커피전문점의 쿠폰을 주는 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