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성장의 발판

입력 2020-12-03 18:10   수정 2020-12-04 00:04

농부의 아들인 나는 서울 근교에 조그만 텃밭을 가꾸면서 자투리땅에 작은 화초들을 키우고 있다. 텃밭을 가꾸는 것보다 화초를 키우는 것이 훨씬 까다롭지만, 계절에 맞춰 화사하게 핀 예쁜 꽃들은 일상 속의 소소한 기쁨을 맛보게 해준다. 가끔 텃밭에 갈 때마다 화초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나는 텃밭에서 화초를 키우고 있지만, 집 안 베란다 화분에 화초를 키우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베란다에서 화초를 키우면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고 들었다. 오랫동안 분갈이를 하지 않으면 통풍이 나빠지고 물이 고인 채 흘러가지 않아 화초의 뿌리가 썩고 성장이 멈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오래된 흙을 버리고 새로운 토양에 옮겨 심는 분갈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겪어보지 못한 세상에 직면한 우리 삶에도 다시금 새로운 환경에 뿌리내리는 분갈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에 대면으로 이뤄졌던 일들이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돼 나는 요즘 점점 ‘스마트’해지는 세상을 따라가기 위해 부쩍 노력하고 있다. 생소한 온라인 비즈니스, 원격 기반 사업 등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만큼 빠른 대응력과 적응력이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장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낡아버린 옛것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나는 특히 젊은 직원들과의 격렬한 토론 속에서 참신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무수한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기존 것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땅은 물을 흡수할 수 없고, 메마른 땅에서는 나무가 자라날 수 없다. 새로운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울창하게 피어나는 나무들처럼, 우리도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새로운 세상에 자신을 심어야 위기 없이 성장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 패러다임 속에 기업들도 새롭게 적응하고 성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비대면, 온라인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성장은 우리 경제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화분 속 작은 화초들이 분갈이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아 성장하듯이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산업의 등장 속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라는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성장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 정책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업이 나타날 수 있도록 기업들을 선제적으로 지원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중소·중견기업이 더 많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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