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모바일 거래가 늘어나면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매달 유지비로만 50억원이 나가지만 수요는 크게 떨어지고 있어서다.
반면 인터넷은행들은 적극적인 ATM 수수료 면제 정책을 통해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재주는 은행이 부리고 돈은 인터넷은행이 챙겨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ATM은 2만452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년새 1488개가 줄었다. 올 들어서만 800대 가량이 사라졌다. 매일 평균 3대의 ATM이 철거되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ATM을 없애는 건 과도한 운영 비용 때문이다. ATM 기계 비용은 대당 500만원 정도지만 소프트웨어, 부스 설치 등을 더하면 대당 1000만원이 든다. ATM 6400여개를 보유한 국민은행의 경우 ATM 설치에만 640억원을 지출한 셈이다.
설치 후에도 매달 보험료, 현금 수송업체, 보안업체에 지불하는 용역비가 대당 12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4대 은행 가운데 ATM 수가 가장 적은 하나은행 조차도 매달 ATM 운영비로 45억원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ATM을 돈 먹는 하마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렇다고 ATM을 마음대로 없앨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 하락 우려로 ATM 철거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급격히 ATM을 줄여나가자 금융감독원은 지점 폐쇄를 포함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또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지난달 모든 은행의 ATM 실태 파악을 위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ATM 철거를 막는 경고로 풀이된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ATM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직접 운영하는 ATM이 한 대도 없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지난 9월까지 총 1200억원을 ATM 수수료로 타행에 지급했다. 올 들어서만 390억원에 달한다. 매달 40억원 넘는 ATM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ATM 수수료 면제 정책으로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카카오뱅크 가입자는 2017년 말 493만명에서 2018년 말 769만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1128만명으로 뛰었다. 올해 9월 말 기준 가입자는 1342만명으로 크게 뛰었다. 카카오뱅크는 전날 ATM 면제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ATM 수수료 면제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좋은 마케팅 사례"라며 "앞으로 ATM 통합, 타행 위탁 서비스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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