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측근인 이모 대표실 부실장 사망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나 발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측근 사망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 없이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검은 양복에 파란 넥타이를 하고 나왔다. 파란 넥타이는 민주당을 뜻하고 검은 양복은 전날 사망한 측근을 애도하는 의미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검찰개혁 둘러싸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그것이 검찰개혁의 대의마저 가리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검찰개혁의 대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도록 해선 안 된다"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민주 정부는 권위주의와 선민의식에 젖은 권력기관의 개혁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때마다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 저항으로 좌절되곤 했다. 오랜 곡절 겪은 끝에 이제야 우린 국정원과 경찰 제도적 개혁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는 "검찰개혁은 지금도 저항 받고 있다. 지금의 갈등도 개혁과 저항의 싸움"이라며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오랜 세월 검찰개혁은 저항으로 좌절했지만 더는 좌절할 수 없다. 검찰이라고 해서 민주적 통제의 예외로 둘 수 없다. 이번엔 기필코 공수처를 출범시켜 검찰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를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이 부실장은 3일 서울 법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실장은 이낙연 대표 측이 지난 4월 총선 전 옵티머스 측으로부터 복합기 대납 등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부실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여권 인사들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일제히 반발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왜 사람을 죽을 지경으로 몰아넣냐"며 검찰 수사에 반발했다.
설훈 의원은 "검찰이 하는 행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지금 이낙연 대표의 이 부실장 여기까지 똑같은 형태"라며 "검찰이 지금까지 어떤 수사를 어떻게 했기에 사람이 죽은 결과가 나오는가. 한두 번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옵티머스 사건이 아니라 복사기 대여한 것에 대해서 한 달에 11만원 씩 내기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제대로 (회계에) 기재를 못한 것. 그래서 이 상황이 난 것이다. 55만원인가 그렇다"며 "검찰이 참으로 잔인하고 지나치게 이 상황을 파헤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벌써 몇 명째냐"..검찰 수사 받으면 여권 인사 잇단 극단선택,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검찰을 에둘러 비판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새벽 출근길 검정넥타이를 매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며 "언론에 요청한다. 존엄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기사 제목을 <옵티머스 의혹>이라고 썼는데, 이낙연 대표를 옵티머스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적 왜곡이다. 즉각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는 측근 사망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오영훈 당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영훈 비서실장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 이낙연 대표는 '슬픔을 누를 길 없다. 유가족들께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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