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는 지난 4월 하루 970만 배럴 감산(2018년 10월 산유량 대비)에 들어간 이후 8월 감산량을 하루 770만 배럴로 줄였다. 내년 1월부터는 감산 규모를 하루 580만 배럴로 더 축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감소 추세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꺼번에 하루 200만 배럴 가까이 증산하는 것은 과잉 공급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소폭 증산으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OPEC+는 또 내년 1월부터 매달 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평가하고 그 다음달 산유량 수준을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산유량 조정은 증산과 감산 두 방향으로 모두 이뤄질 수 있지만, 하루 50만 배럴 이하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합의 소식에 이날 국제 유가는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4일 오후 4시 기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83% 오른 배럴당 49.60달러에 거래됐다. 4월 28일 배럴당 32.48달러로 바닥을 찍은 이후 가장 비싼 가격으로 손바뀜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월 인도분도 전날보다 1.27% 오른 배럴당 46.22달러에 거래됐다.
한편 원유가격 공시기관인 S&P글로벌 플래츠가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 가격을 산정하는 데 미국산 원유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검토 대상은 북해산 원유 가격 중 현물 인도일이 정해진 ‘데이티드 브렌트’ 가격이다. 이는 금융시장의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처럼 국제 유가 시장에서 가격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북해 브렌트 유전들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 새로운 가격 산정 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커졌다고 플래츠 측은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국제 원유 시장에서 미국의 부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40년간 지속된 자국산 원유 수출 금지를 2015년 해제한 이후 주요 원유 수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WSJ는 2022년 3월께부터 새로운 가격 산정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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