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빠른 환율 내림세의 배경으로 △미국의 경기부양책 △코로나19 백신 보급 기대감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등을 꼽았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민주당)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날 전화로 부양책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미국의 경기부양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민주당은 908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재정 씀씀이를 크게 늘리면 미국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해진다. 이는 세계적으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ING는 앞으로 1년 동안 달러 가치가 각각 6%, 1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백신 보급 기대로 한국 원화를 비롯한 위험자산 선호도는 올라가고 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내년 1분기 전 세계에 코로나19 백신 1억∼1억2500만 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영국이 지난 1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승인한 것을 비롯해 각국이 백신 사용 승인에 나설 채비도 하고 있다.
수출 개선과 이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지는 것도 원화 가치를 밀어 올리고 있다. 올해 10월 경상수지 흑자는 116억6000만달러(약 12조8000억원)를 기록해 역대 세 번째로 규모가 컸다. 수출 개선세를 고려할 때 올해 경상수지는 한은 전망치(650억달러)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내년 세계 교역량이 늘어나는 것 등을 고려해 환율 하단은 1040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후 환율 최저치인 1008원50전(2014년 7월 3일)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최근 달러 약세 전망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1000원 선마저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이 1000원 선을 밑돈 것은 금융위기 전인 2008년 4월 28일(996원60전)이 마지막이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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