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 실험실 사들이는 K-진단업체들

입력 2020-12-06 17:56   수정 2020-12-07 01:03

국내 바이오 진단기업들이 미국 현지 실험실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 제품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 실험실을 기반으로 진단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엔젠바이오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클리아랩(CLIA LAB·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공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보스턴, 뉴욕에서 클리아랩을 인수하기 위한 시장 실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진단사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내년 하반기에 클리아랩 인수를 마치고 NGS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클리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질병의 진단·예방·치료를 목적으로 임상 검사를 수행하는 실험실에 대해 검사 정확도와 신뢰성 등을 검증하는 표준인증제도다. 미국 내 임상 검사에서 쓰이는 모든 진단기기와 실험실은 클리아 인증을 받아야 한다. 클리아랩을 통할 경우 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진단 제품 등도 공급이 가능하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NGS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선 환자의 검체를 받은 뒤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현지에 클리아랩을 직접 운영하면 보고서 제출 시간 단축은 물론 분석용 소프트웨어까지 수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클리아랩을 직접 미국에 세우는 곳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암 관련 유전자 진단기업인 디엑솜은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7월 연구실 설비 구축을 마쳤다. 디엑솜 관계자는 “FDA에 클리아랩 지정을 신청하고 내년 1분기 허가 획득을 목표로 임상 데이터를 확보 중”이라고 말했다.

마크로젠 자회사인 소마젠은 2014년 미국 메릴랜드주에 클리아랩을 직접 구축했다. 모더나와 계약을 맺고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도 관계사인 미국 다이애그노믹스의 클리아랩을 통해 미국 현지에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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