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가상화폐 투자회사 텔루리안캐피털을 창업한 장 마르크 본푸가 한 말이다. 그는 “전례 없는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되면서 비트코인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금 가운데 어떤 걸 매수하는 게 나을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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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인플레이션의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 금을 매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최근과 같은 금값 하락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가상화폐가 금의 대체 자산으로 떠올랐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JP모간체이스의 한 애널리스트는 “일부 패밀리오피스 펀드(초고액 자산가 전담)는 가상화폐를 매수하기 위해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팔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트코인에 회의적이었다가 태도를 바꾼 사람도 있다. 투자자문업체 샌퍼드C번스타인의 투자전략가 이니고 프레이저 젠킨스는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금과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장래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비트코인의 역할이 더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가상화폐가 금의 역할을 일부 넘겨받을 수 있지만 그 역할을 비트코인이 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장해주는 디지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낮기 때문에 금의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금의 역할을 대신할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사이버 공격, 위조, 사기의 가능성 등 잠재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디지털화폐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먼저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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