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층 마천루 꿈 접고 두개의 탑?…현대차그룹 삼성동 'GBC 높이' 고민

입력 2020-12-06 17:34   수정 2020-12-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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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에 건설하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높이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룹 안팎에서 ‘국내 최고 높이’라는 타이틀 대신 실용성을 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3조7000억원 규모의 건설비용을 미래자동차 개발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이유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지하 7층~지상 105층(높이 569m)의 기존 GBC 건설 계획을 수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신 50~70층 규모 건물 2~3개를 건설하자는 제안이다. 계획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비용 절감 및 실용성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을 지으려면 안전 등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50층짜리 건물 2개를 건립하는 것보다 비용이 1.5배 이상 많이 든다”며 “초고층 빌딩을 포기하면 건물 내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3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GBC 공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를 모으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국방부가 569m 높이 건물이 삼성동에 들어서면 군 작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사실도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새 레이더 구매비용을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해 각종 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GBC 높이를 낮추면 수천억원 규모의 레이더 구매비용도 아낄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투자해야 하는 분야는 지난 몇 년간 급격하게 늘었다”며 “해외 경쟁사들도 각종 비용을 최대한 줄여 미래차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3월 글로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업체 앱티브와 각각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투자해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 등 미래기술 확보에 조(兆) 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1조원가량을 들여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래차 분야와 기존 내연기관차 등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당초 건설을 계획했던 2016년과 비교해 경영 환경도 나빠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가 더해졌다. 2018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이후 중국 시장 내 판매 부진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2015년 6조원이 넘었지만, 올해엔 2조원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GBC의 높이 조정은 과도한 건설비용을 우려하는 외국인 주주를 달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8~2019년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공세를 펼쳤던 당시 줄곧 “GBC 투자는 주주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GBC 높이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설이 증권가에 퍼지면서 현대차 계열사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확정한 건설 계획을 이제 와서 대폭 뜯어고치는 게 부담이라는 반론도 있다. 설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고 서울시 등과도 협의해야 한다.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종 결정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이라며 “GBC 건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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