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LCC '제주항공의 위기'…産銀, 이달 800억 긴급 지원

입력 2020-12-06 17:53   수정 2020-12-07 01:09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대한항공 주도의 통합 LCC 출범을 앞두고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매분기 수백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 LCC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중순 800억원가량의 긴급 정책자금을 제주항공에 지원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LCC에 빌려준 긴급지원자금과 마찬가지의 단기 대출 방식이다. 산은의 지원이 확정되면 제주항공은 지난달 말부터 정부로부터 총 1674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받게 된다.

제주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0일 제주항공에 574억원의 긴급 정책자금을 빌려줬다. 이어 제주항공은 지난달 말 연 2.6% 금리(3년 만기)로 300억원가량의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했다. P-CBO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대상으로 국책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의 지급보증을 받아 재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다.

채권단은 제주항공의 단기 유동성 해소를 위해 약 2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21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573억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나머지 300억여원의 정책자금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이르면 오는 10일 제주항공에 대한 지원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여파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6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정부의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을 다시 신청할 수 있다”며 “인력 해고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AK홀딩스도 제주항공이 수은으로부터 빌린 정책자금과 P-CBO 발행에 대한 채무보증을 섰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통합 LCC 출범으로 제주항공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정부와 산은은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통합 LCC의 비행기 보유 대수는 59대로, 제주항공(44대)을 훌쩍 넘는다. 통합 LCC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의 주력 노선과 대부분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통합 LCC의 독과점 논란을 의식해 제주항공에 대한 자금 지원을 내년에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제주항공이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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