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용역업체에서 생리휴가를 신청하는 직원에게 입증자료 제출을 요구한 일에 대해 건보노조가 ‘인권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산하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생리 휴가 신청 노동자에 입증·사전승인 강요 건보 고객센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진정을 제기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 경인3고객센터 상담사들은 하청업체인 제니엘 소속이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한 후 생리휴가를 청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측은 휴가 15일 전까지 증빙서류와 휴가원을 사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0월 건보 고객센터 용역업체의 한 관리자는 생리휴가를 사용하겠다는 상담사에게 “생리대를 제출하는 직장도 있다”며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출근 전 생리휴가 사용을 보고하자 ‘사전 승인이 원칙’이라며 승인할 수 없으니 결근처리 하겠다는 사례도 있었다.
노조는 “생리대 사진 제출 운운하며 입증을 강요하는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이자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인격권 침해”라며 “생리휴가 사용을 억압하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성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7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줘야 한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생리휴가의 증명을 요구하며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지난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여성 근로자에게 생리휴가를 청구하며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 요구한다면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자체를 기피하게 만들어 제도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며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가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인해 생리현상이 없다는 비교적 명확한 정황이 없는 이상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들은 용역업체에 대해 생리 현상 입증을 요구하거나 휴가원 사전 작성을 강요한 관리자들을 징계하고 상담사의 결근처리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또 건보에는 용역업체에 시정을 요구하고 관계 법령 위반 시 계약을 해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인권위에 인권 침해와 차별을 시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고용노동부에도 진정을 제기할 계획이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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