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가 쌓였을 때 병원에서 수액(링거) 주사를 맞는 이들이 많다. 링거워터는 물에 섞어 마셨을 때 링거 주사를 맞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분말 제품(상품명 링티)을 만든다. 이원철 링거워터 대표는 특전사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2017년 링티를 개발했다. 한겨울 야외 훈련을 나가면 탈진하는 군인이 나왔는데, 처방용으로 가져간 링거는 추운 날씨에 얼기 일쑤였던 게 개발 계기였다.
그는 “탈진 증상에는 수액 처방이 좋은데 군의관이 일일히 주사로 병사들에게 처방하기 어려웠다”며 “입으로 마시는 ‘경구용 수액’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동료 군의관들과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제품을 들고 2017년 현역 군인들이 창업 아이디어를 겨루는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 참여해 1등으로 ‘육군참모총장상’을 받았다.
일반 식품으로 제품을 내놓다 보니 맛(레몬맛, 복숭아맛)에도 신경을 썼다. 기존에도 미국 제약사인 에보트(페디아라이트), 일본 오츠카(OS-1) 등에서 만든 경구용 수액이 있었다. 하지만 맛에 거부감이 커 일반 음료로 대중화 되기엔 부적절했다. 이 대표는 “맛을 좋게 하려면 이온음료와 같이 당을 많이 넣어야 하는데, 이 경우 경구수액의 효과가 떨어진다”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소한의 첨가물로 자연스런 맛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2018년 초 링티 제품이 온라인 유통몰 등에 출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그 해 손익분기점(BEP)를 돌파했고 링티 100만포가 판매됐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작년보다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설명이다.
링거워터는 온라인 판매에 치중돼 있는 유통채널을 편의점 등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제품도 수요자 취향에 맞게 다변화할 계획이다. 피부과에서 유통되는 링티는 피부에 좋은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 성분을 추가해 내놓는 등 방식이다.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한 스타스테크도 육군에서 창업을 이룬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는 2017년 당시 병사(상병) 신분으로 불가사리 추출물을 이용한 제설제 아이디어를 내 링거워터와 함께 육군참모총장상을 받았다.
겨울철 눈이 오면 염화칼슘 성분의 제설제가 사용된다. 하지만 이는 차량 부식, 콘크리트 파손, 가로수 피해, 호흡기 질환 등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 양 대표는 경기과학영재고 재학 시절 불가사리의 다공성 구조체가 이온을 흡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연구해 논문을 썼다. 이어 대학 진학 후 그는 ‘염화칼슘이 녹으면서 방출된 염화이온도 흡착할 수 있지 않을까’란 아이디어로 창업을 준비했다. 이어 육군에서 함께 상을 받은 동기 두 명과 함께 2017년 12월 전역 후 스타스테크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제설제는 기존 친환경 제설제보다 부식률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양식 수산물을 잡아먹어 어민의 골칫거리였던 불가사리를 수협에서 무상으로 공급받아 생산 단가도 줄였다. 양 대표는 “불가사리로 매년 국내 양식업 피해가 4000억원에 달한다”며 “정부가 매년 불가사리를 수거해 세금을 들여 폐기하고 있는데 그 부담을 스타스테크가 덜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불가사리의 남은 부산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준비 중이다. 콜라겐을 추출해 피부 진피층까지 전달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화장품 원료사업을 신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육군이 추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주관한 ‘제4회 육군창업경진대회’ 행사를 후원했다. 양 대표는 “육군 창업대회를 계기로 성장한 만큼 후배 창업자들이 많이 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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