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고차업계 눈치보기 급급한 중기부

입력 2020-12-07 17:04   수정 2020-12-08 00:19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 사실상 중고차업계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포함된 문장 하나가 완성차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중고차 사업이 2019년 2월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풀린 뒤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에 해당하는지를 논의하는 1년9개월간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았다는 ‘자화자찬’인 셈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고, 가부를 판가름하는 심의위원회가 왜 자꾸 미뤄지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기부가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의 눈치를 보면서 심의위원회 개최를 차일피일 미룬 것을 자인했다”고 꼬집었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고, 이후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진출이 막혔다. 중소기업적합업종 보호 기간이 지난해 2월 끝나자 기존 업자들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포함시켜 대기업 진입을 또다시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고차 매매업까지 생계형 업종에 포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기존 업계가 영세하지 않아 보호할 필요성이 낮고, 무엇보다 중고차를 사고파는 소비자 이익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완성차업계는 동반성장위 결정 직후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중기부는 심의위원회조차 열지 않았다. 동반성장위가 의견을 제시한 뒤 6개월 내 심의위원회를 열도록 한 관련법도 지키지 않고 있다.

중기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최가 미뤄졌다고 해명했지만 실제 이유는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중기부 관계자는 “지금 심의위를 열면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실토했다. 중고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 국산 자동차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다는 완성차업계의 호소는 이렇게 묵살됐다.

정부는 오히려 완성차업계에 기존 업자들을 달래기 위한 대책을 상생안이라는 이름으로 만들라고 요구했다. 완성차업계는 주행기간 6년, 주행거리 12만㎞ 이내 중고차만 취급하고,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설정하는 내용으로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끼어들었다. 국회는 7일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예상대로 소득 없이 끝났고, 완성차업계가 넘어야 할 산만 늘었다. ‘표’를 앞세운 정치인들이 정치논리로 완성차업체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확인한 것이다. 내년 지방자치단체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고차 진출이 원천봉쇄될까 겁난다는 완성차업계의 걱정은 과연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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