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조원이 넘는 연금(개인+퇴직연금) 자금이 은행·보험사를 떠나 증권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0) 금리 시대에 위험자산인 주식 시장에 자금이 몰리자 연금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연금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연금개미’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일 삼성 미래에셋대우 NH투자 KB 등 국내 4대 증권사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1조785억원의 자금이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넘어왔다. 사상 최대치다. 작년 한 해 증권사로 이동한 자금(4455억원)의 두 배가 넘는 돈이 근거지를 옮긴 셈이다.
수익률에 눈을 뜬 연금개미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하던 연금계좌를 직접 옮기고 있다고 증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20조원을 훌쩍 넘어섰지만 연 1%대(원리금 보장형)에 불과한 저조한 수익률 탓에 고수익을 좇아 계좌를 이전하는 연금 가입자가 급증했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최고점을 돌파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밖에 답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투자 여력이 없는 이들이 연금을 종잣돈 삼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하지만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자 은행·보험사에 있던 자금을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로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1.77%로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6.38%)을 크게 밑돌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코로나19를 계기로 투자에 대한 인식이 바뀐 만큼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연금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재원/전범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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